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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November 3, 2011

美 모기지 재융자 지원나서…주택시장 살릴까

박정현 기자 jenn@chosun.com
입력 : 2011.10.25 07:08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경제의 골칫거리였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지원에 나선다.

블룸버그ㆍ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미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주택담보 대출의 재융자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제안하는 모기지 재융자 부양책은 미 의회의 승인을 따로 필요로 하지 않는 이니셔티브로, 주택 소유자의 재융자(리파이낸스·재대출) 조건을 완화해 재융자를 활성화하고 가계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 새로 바뀌는 재융자 개선책은?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문제는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큰 골칫거리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소득 수준은 일정한데 갚을 빚이 늘어나면서 가계는 지갑을 닫았다. 게다가 고용시장도 침체하면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개선되지 못했고 이것이 주택 구매 수요 저조와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가운데 가계의 빚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어줄 수 있는 방법이 재융자였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품은 크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상품으로 나뉜다. 고금리로 주택을 산 사람은 모기지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의 고(高)금리 모기지 상품을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종전의 모기지를 대체하는 것이다. 이것을 재융자라고 부른다.

장기 모기지 금리가 내려갈수록 주택담보 대출자는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 가계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24일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물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는 4.11%로 낮은 편이다. 지난 10월 초에는 사상 처음으로 4%를 밑돌기도 했다. 예를 들어 현재 5.75% 금리로 모기지를 받은 가계가 4% 상품으로 대체하면, 한 달에 350달러까지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재융자 심사는 까다로운 편이다. 주택담보 대출자가 소유한 주택 가격이 하락해 가계 부채율이 높아지면서 재융자를 받는 것이 어려웠다. 대출자의 소득 수준이 안정적이고 신용점수도 좋을지라도 부채율이라는 벽 때문에 재융자를 거절당하는 폐해가 있었다.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신용점수가 낮아 재융자를 받지 못했고 높은 이자와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주택을 압류(forclosure)당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초 '주택재융자프로그램(HARP·Home Affordable Refinance Program)'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HARP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보증을 받는 주택담보 대출자들에게만 적용돼서, 그 외 민간 모기지업체를 통해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또 대출 규모가 주택 가격의 125%를 넘지 않는 경우에만 재융자가 허용됐다. 주택 가격이 끊임없이 하락하면서 가계의 부채비율은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HARP의 조건을 갖춰 재융자를 신청하기도 어려웠다.

보도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관리하는 연방주택금융청(FHFA)과 함께 HARP를 개편하고 주택담보 대출자들의 재융자와 대출 상환 조건을 완화해줄 방안을 마련 중이다.

WSJ에 따르면 미 당국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보증하는 모기지 대출에 한해 주택 가격이 낮더라도 누구가 재융자를 가능하게 허용할 계획이다. 재융자 수수료도 감면해준다. 따라서 지금까지 모기지 규모가 주택가치의 125%를 넘지 않는 경우에만 재융자가 가능했던 조건이 완화돼 집값이 크게 떨어진 경우에도 재융자를 받을 수 있다.

FHFA는 80~100만명의 기존 모기지 대출자들이 재융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이번 개편안으로 텍사스주(州),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주에서만 각각 200만건 이상의 재융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모기지 재융자 대책을 발표한 네바다주는 주택가격 하락 후유증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로, 주택 압류율이 미국 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 재융자 개선책, 주택 시장 살릴까

미국 내 모기지 가운데 85%를 집계하는 코어로직은 2000만명의 모기지 대출자들이 재융자를 통해 모기지 금리는 1%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내 주택소유자 중 25%에 달하는 규모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30년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자가 재융자를 받게 된다면 연간 240억달러의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도 재융자 개선책이 주택담보 대출 규모가 20만달러 미만인 중산층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집값이 너무 많이 하락해 부채율이 HARP의 조건보다도 더 높은 800만명의 모기지 대출자들에게는 여전히 재융자는 ‘그림의 떡’이다.

한편 WSJ는 재융자 활성화 대책이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인 가격 하락을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우려했다. 신규 주택담보 대출 기준이 예전보다 엄격해졌고 주택 수요도 저조한 상태라서, 주택시장 침체의 악순환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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