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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ne 11, 2011

10대 1 뚫어야 뉴욕 지하철 노래 무대에 선다

뉴욕=박종세 특파원 jspark@chosun.com

뉴욕시 MUNY 오디션 통과해야 자격 부여… 재수·삼수 기본
뉴욕 지하철을 명물로 만든 것은 음악 소리로 가득한 공간 때문이다. 주요 역 구내에서 매일 약 20건의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지하철의 악사들은 이 무대에 서려고 바늘구멍을 뚫는 경쟁을 벌인다. 거리의 악사들을 공식화한 뉴욕 지하철의 '뮤직 언더 뉴욕(MUNY)'프로그램으로 지하철 손님이 늘고, 승객들은 공연을 맛보고, 뮤지션들에겐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윈―윈―윈'의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 오디션 삼수 끝에 뉴욕 지하철 뮤지션이 된 내탈리 겔먼이 지하철 역 구내에서 공연하고 있다. ◆지하철 악사 되려고 삼수까지

지난달 30일 낮 12시 뉴욕 지하철 34번가와 6애비뉴 역 지하. 포크록 싱어송라이터 나탈리 겔먼(25)은 소형 앰프에 마이크와 기타를 연결하면서 A3 크기의 플라스틱판을 앞에 세웠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뮤직 언더 뉴욕'이라고 적혀 있고, 그녀의 홈페이지와 이메일이 적혀 있었다. "삼수 끝에 MUNY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이번 오디션에서 길거리 공연의 애환을 담은 노래를 부른 것이 점수를 얻은 것 같아요."

지난 17일 오전 뉴욕 맨해튼 그랜드 센트럴역 발코니. 아코디언 연주자, 이탈리아 만돌린 연주자, 포크록 싱어, 브라질 기타리스트 등 65개 팀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연주를 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가 '뮤직 언더 뉴욕'프로그램에 지원한 250개 팀 가운데 1차로 거른 최종 오디션 대상자들이다. MTA는 이 가운데 단 20개 팀만 선정해 5월 말 합격자로 발표했다. 10대1이 넘는 경쟁률이다.

이런 경쟁을 뚫고 합격해도 뮤지션에게 주어지는 것은 '뮤직 언더 뉴욕' 플래카드와 허가증이 전부다. 2주에 한 번 3시간씩 공연을 하고 그 대가로 시민들이 주는 팁을 받을 뿐이다. 겔먼은 "스타벅스나 레스토랑에서 일하면 파트타임으로 음악을 할 수밖에 없다"며 "MUNY 허가를 받으면 풀 타임으로 음악을 할 수 있고, 경찰이 귀찮게 하는 것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공연 관람은 뉴요커의 특권"

뉴욕 지하철에 들어서면 플루트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고, 누군가 아리아를 부르는가 하면 드럼 소리가 발걸음을 붙잡기도 한다. 맨해튼 34번가역에서 만난 알베르토 비질씨는 MUNY 연주팀 '에보니 힐빌리스(Ebony Hillbillies)'의 연주에 맞춰 가볍게 발로 박자를 맞췄다. 비질씨는 노래 한 곡이 끝나자 기타 케이스에 5달러짜리 한장을 놓았다. 케이스엔 1달러짜리 지폐가 많았지만, 10달러, 20달러짜리도 눈에 띄었다. 살바도르에서 어릴 때 이민 왔다는 비질씨는 "지하철에서 라이브 음악을 듣는 것은 뉴요커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바쁜 뉴요커와 의심 많은 관광객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뮤지션들은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혼자서 기타와 드럼,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원 맨 밴드, 실물 크기의 인형과 탱고를 추는 댄서, 비틀스 곡을 연주하는 카피 밴드…. 샌프란시스코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한 리아 콜로프씨는 "초기엔 무관심한 관람객들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MUNY 연주자로 2년간 활동한 콜로프씨의 공연은 뉴욕타임스에 소개됐으며 히트 앨범을 내는 뮤지션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공연 시간당 비용은 3~5달러에 불과

삭막한 지하철역 공간에 음악을 들여놓은 MUNY는 지난 1985년 뉴욕 MTA가 산하에 설립한 '운송을 위한 예술(Arts for Transit)' 프로그램의 하나로 도입했다. 당시 뉴욕 지하철은 지린내가 진동하고, 깨진 유리창과 낙서로 악명 높았다. 이런 지하철에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작업을 하면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리디아 브래드쇼 MUNY 프로그램 매니저는 "MUNY를 도입한 뒤 지하철은 사람들을 환영하며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었고, 승객들은 주인의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MTA가 MUNY에 배정하는 연간 예산은 약 8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연간 25개 지하철 역에서 7500회 공연이 벌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1회 공연당 불과 10달러만 들어가는 셈이다. 시간당으로 따지면 3~5달러로 공연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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