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입력 2012.10.08 06:33수정 2012.10.08 10:18
[대담=강호병 산업2부장, 정리=반준환기자, 사진=이기범기자기자 ]
[[머투초대석]쿠팡 김범석 대표 "소셜커머스 새로운 가능성 보고 있다"]
"소셜커머스의 사업모델 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단순한 쇼핑업체로 보는 이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트위터나 인터넷 포탈, 오픈마켓보다 트래픽이 높아졌습니다. 잠재력만 놓고 보면 어떤 형태의 사업구조가 만들어질지 저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금은 이런 '미래'를 준비하는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최근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쿠팡 김범석 대표(34)의 말이다. 2년전 한국시장에 첫 선을 보인 소셜커머스는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통해 유통·마케팅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음식점이나 공연, 여행, 패션소품 등 인기상품 가격을 절반 이하로 제공하여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거래업체는 가격을 낮추는 대신 쉽게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마케팅 효과'가 크고, 소비자들은 지갑부담을 줄일 수 있다. 소셜커머스는 이 둘을 중개하는 수수료를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과 티켓몬스터가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위메이크프라이스, 그루폰 등이 뒤를 따르는 구도다. 쿠팡과 티켓몬스터의 경우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시장에 '안착'한 상태다.
올해 소셜커머스 전체 시장규모는 2조원을 쉽게 넘길 것으로 보이는데, 쿠팡의 경우 거래액 기준 1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어지간한 인터넷 쇼핑몰이나 TV홈쇼핑 보다 뛰어난 성적이다.
그러나 향후 소셜커머스 사업구조는 '가격할인'이라는 마케팅 기능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실제 온라인을 통한 고객유입 속도를 보면 상당한 가능성이 내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랭키닷컴이 분석한 고객유입 트래픽 조사(9월 마지막주)에서 쿠팡은 21위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은행, 야후, 인터파크, 유투브 등을 제친 것인데, 월별로 보면 국내 최다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오픈마켓보다 순위가 높을 때도 있다고 한다. 소셜커머스가 인터넷 포탈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얘기다.
-소셜커머스 열풍이 대단합니다. 올해 실적전망은 어떤가요.
▶상반기 실적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쿠팡을 통해 거래된 딜 금액은 5월 500억원을 넘겼습니다. 6~8월은 흔히 비수기로 분류되는데, 이 기간에도 실적이 계속 증가하는 등 추세가 좋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조만간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성적도 상당히 좋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티켓몬스터와 양강구도가 됐는데.
▶비교적 빠른 시기에 시장안착에 성공한 건 사실입니다. 내부자료를 토대로 말씀드리면 매출측면에서 쿠팡의 실적이 3~4위 업체 실적을 합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직도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으니 기회가 많다고 봅니다. 우리보다 빨리 창업한 소셜커머스 기업과 비교할 때, 환경변화에 맞춰 빠르게 진화에 성공한 게 비결이라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성공비결을 설명한다면.
▶소셜커머스는 본래 지역딜을 기반으로 출발했습니다. 예컨대 개업한지 얼마 안 되는 맛집이 있다면, 이곳이 입소문을 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지요. 우선 가격할인을 통해 이런 곳들을 홍보해주고, 이후 고정고객이 생길 때까지 힘을 보태주는 방식이지요.
초기 소셜커머스는 하루 1곳만 소개한다는 '원 어 데이 모델'의 지역딜을 고집했는데, 우리는 여기에서 벗어나 식당 뿐 아니라 패션, 뷰티, 여행, 공연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넓힌 게 주효했습니다. 보다 많은 상품을 취급해 고객들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서비스를 제공한 것입니다.
-미국 유학생활 경험이 창업에 도움이 됐는지.
▶맞습니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을 쓰듯이 미국에선 페이스북을 쓰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상품 할인정보가 페이스북에 뜨면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저절로 광고가 되고 매출이 늘더군요. 보스턴에서 생활했을 때였는데 학생들의 소비패턴과 생활방식을 지켜보다 보니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귀국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사업도 생각하는지.
▶소셜커머스는 당초 SNS를 기반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우리 사이트로 유입되는 고객 트래픽이 트위터 같은 SNS보다 많은 걸로 압니다. 이는 쿠팡이 SNS 뿐 아니라 인터넷 포탈과 같은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나,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창업초기 어려움은 없었는지.
▶단기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독이 되는 유혹이 많더군요. 리쿠르팅 문제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신생기업이 인력을 확보하려면 메리트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직급상향으로 보상해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회사에 임원들이 넘쳐나고, 입사 1년차 과장, 부장이 들끓는 게 이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회사에 젊은 마인드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어요. 스카웃은 물론, 직원들이 이탈할 때도 직급을 올려준 경우가 없는데 이 과정이 참 힘들었습니다.
-기업문화가 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군요.
▶직급 인플레이션은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데도 걸림돌이 됩니다. 회사에 30대 본부장이 있으면 그 밑에 40대를 어떻게 앉히겠습니까. 이 때문에 출범 후 6개월간 회사에 본부장급을 두지 않았습니다. 회사수익의 절반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도 사업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함께 일하지 않는다는 게 철칙입니다.
-직원들에게 실패를 요구한다던데.
▶그렇습니다. 실패를 강조하는 건 젊은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실패하더라도 바람직한 시도였다면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능동적인 직원을 좋아합니다. 신입사원이라도 업무에 대해 대표이사와 맞붙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끊임없이 실패하는 이들이 좋습니다. 그만큼 열정과 노력이 있다는 것이니까요.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1만번의 실패를 했다고 하는데, 뒤집어 말하면 1만번의 시도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이 밖에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주자, 집중하자, 열린 마음으로 일하자, 우리를 믿자 등 총 5가지 핵심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외형이 커질수록 직원들과 소통이 줄어들 수 있는데.
▶저는 조직이 성장할수록 겁과 벽이 많아진다는 점을 항상 우려합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가 능동적으로 커뮤니케이션되지 못합니다. 건물에 불이나면 모두가 끄려 하지만, 문화적인 화재는 모두가 입을 다물고 몸을 사립니다. 이렇게 되면 성장이 어렵지요. 신입사원들과 주기적으로 식사를 함께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IPO(기업공개) 계획은
▶해야 하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 IPO를 하면 단기실적에 집중해야 해서 기업의 시야가 좁아집니다. 아직은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물류센터 오픈과 콜센터 확충이 이어지는 단계입니다. 이런 투자를 계속하려면 CEO가 단기적인 압박을 느껴선 안되지요.
[[머투초대석]쿠팡 김범석 대표 "소셜커머스 새로운 가능성 보고 있다"]
↑소셜커머스업체 쿠팡 김범석 대표. 트위터를 능가하는 트래픽을 바탕으로 소셜커머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사진=이기범기자) |
최근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쿠팡 김범석 대표(34)의 말이다. 2년전 한국시장에 첫 선을 보인 소셜커머스는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통해 유통·마케팅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음식점이나 공연, 여행, 패션소품 등 인기상품 가격을 절반 이하로 제공하여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거래업체는 가격을 낮추는 대신 쉽게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마케팅 효과'가 크고, 소비자들은 지갑부담을 줄일 수 있다. 소셜커머스는 이 둘을 중개하는 수수료를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과 티켓몬스터가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위메이크프라이스, 그루폰 등이 뒤를 따르는 구도다. 쿠팡과 티켓몬스터의 경우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시장에 '안착'한 상태다.
올해 소셜커머스 전체 시장규모는 2조원을 쉽게 넘길 것으로 보이는데, 쿠팡의 경우 거래액 기준 1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어지간한 인터넷 쇼핑몰이나 TV홈쇼핑 보다 뛰어난 성적이다.
그러나 향후 소셜커머스 사업구조는 '가격할인'이라는 마케팅 기능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실제 온라인을 통한 고객유입 속도를 보면 상당한 가능성이 내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랭키닷컴이 분석한 고객유입 트래픽 조사(9월 마지막주)에서 쿠팡은 21위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은행, 야후, 인터파크, 유투브 등을 제친 것인데, 월별로 보면 국내 최다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오픈마켓보다 순위가 높을 때도 있다고 한다. 소셜커머스가 인터넷 포탈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얘기다.
-소셜커머스 열풍이 대단합니다. 올해 실적전망은 어떤가요.
▶상반기 실적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쿠팡을 통해 거래된 딜 금액은 5월 500억원을 넘겼습니다. 6~8월은 흔히 비수기로 분류되는데, 이 기간에도 실적이 계속 증가하는 등 추세가 좋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조만간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성적도 상당히 좋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티켓몬스터와 양강구도가 됐는데.
▶비교적 빠른 시기에 시장안착에 성공한 건 사실입니다. 내부자료를 토대로 말씀드리면 매출측면에서 쿠팡의 실적이 3~4위 업체 실적을 합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직도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으니 기회가 많다고 봅니다. 우리보다 빨리 창업한 소셜커머스 기업과 비교할 때, 환경변화에 맞춰 빠르게 진화에 성공한 게 비결이라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성공비결을 설명한다면.
▶소셜커머스는 본래 지역딜을 기반으로 출발했습니다. 예컨대 개업한지 얼마 안 되는 맛집이 있다면, 이곳이 입소문을 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지요. 우선 가격할인을 통해 이런 곳들을 홍보해주고, 이후 고정고객이 생길 때까지 힘을 보태주는 방식이지요.
초기 소셜커머스는 하루 1곳만 소개한다는 '원 어 데이 모델'의 지역딜을 고집했는데, 우리는 여기에서 벗어나 식당 뿐 아니라 패션, 뷰티, 여행, 공연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넓힌 게 주효했습니다. 보다 많은 상품을 취급해 고객들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서비스를 제공한 것입니다.
-미국 유학생활 경험이 창업에 도움이 됐는지.
▶맞습니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을 쓰듯이 미국에선 페이스북을 쓰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상품 할인정보가 페이스북에 뜨면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저절로 광고가 되고 매출이 늘더군요. 보스턴에서 생활했을 때였는데 학생들의 소비패턴과 생활방식을 지켜보다 보니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귀국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쿠팡 김범석대표. 조직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사진=이기범기자) |
▶소셜커머스는 당초 SNS를 기반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우리 사이트로 유입되는 고객 트래픽이 트위터 같은 SNS보다 많은 걸로 압니다. 이는 쿠팡이 SNS 뿐 아니라 인터넷 포탈과 같은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나,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창업초기 어려움은 없었는지.
▶단기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독이 되는 유혹이 많더군요. 리쿠르팅 문제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신생기업이 인력을 확보하려면 메리트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직급상향으로 보상해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회사에 임원들이 넘쳐나고, 입사 1년차 과장, 부장이 들끓는 게 이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회사에 젊은 마인드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어요. 스카웃은 물론, 직원들이 이탈할 때도 직급을 올려준 경우가 없는데 이 과정이 참 힘들었습니다.
-기업문화가 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군요.
▶직급 인플레이션은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데도 걸림돌이 됩니다. 회사에 30대 본부장이 있으면 그 밑에 40대를 어떻게 앉히겠습니까. 이 때문에 출범 후 6개월간 회사에 본부장급을 두지 않았습니다. 회사수익의 절반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도 사업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함께 일하지 않는다는 게 철칙입니다.
-직원들에게 실패를 요구한다던데.
▶그렇습니다. 실패를 강조하는 건 젊은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실패하더라도 바람직한 시도였다면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능동적인 직원을 좋아합니다. 신입사원이라도 업무에 대해 대표이사와 맞붙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끊임없이 실패하는 이들이 좋습니다. 그만큼 열정과 노력이 있다는 것이니까요.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1만번의 실패를 했다고 하는데, 뒤집어 말하면 1만번의 시도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이 밖에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주자, 집중하자, 열린 마음으로 일하자, 우리를 믿자 등 총 5가지 핵심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외형이 커질수록 직원들과 소통이 줄어들 수 있는데.
▶저는 조직이 성장할수록 겁과 벽이 많아진다는 점을 항상 우려합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가 능동적으로 커뮤니케이션되지 못합니다. 건물에 불이나면 모두가 끄려 하지만, 문화적인 화재는 모두가 입을 다물고 몸을 사립니다. 이렇게 되면 성장이 어렵지요. 신입사원들과 주기적으로 식사를 함께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IPO(기업공개) 계획은
▶해야 하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 IPO를 하면 단기실적에 집중해야 해서 기업의 시야가 좁아집니다. 아직은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물류센터 오픈과 콜센터 확충이 이어지는 단계입니다. 이런 투자를 계속하려면 CEO가 단기적인 압박을 느껴선 안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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