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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pril 9, 2012

[세계의창] 오바마 의료보험 개혁법의 운명 / 딘베이커

대법원이 법안을 전면 무효화하면 미국의 의료보험에 대한 보편적 접근법은 다시 오랜 시간이 걸릴 것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바마 헬스 케어’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법의 위헌심판 결정을 앞두고 심리를 벌였다. 오는 6월로 예정된 대법원의 판결은 미국 의료보험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소송에는 수많은 쟁점들이 걸려 있다. 그중 가장 논쟁적인 것은 고용주나 정부가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의료보험 가입을 강제한 조항이다. 이를 거부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의료보험 개혁안 반대론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보험 가입을 강요하는 것은 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의료보험 지원을 위해 시민들에게 과세할 수는 있지만, 정부가 의료보험 가입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대법관 9명 중 공화당이 지명한 5명은 이렇게 판결할 것 같다. 논쟁을 지켜본 대다수 법률 전문가들도 온건보수 성향의 대법관조차 이런 규정은 합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법원이 의료보험 강제가입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더라도 나머지 조항들은 인정할지, 아니면 법안 전체를 기각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법안 전체를 기각한다면 가능한 한 정치적 결정 과정을 존중해온 대법원으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특히, 보수 공화당 성향의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이 이런 선택을 한다면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보수파들은 연방 차원에서든 주 차원에서든 민주적으로 선출된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안을 법원이 뒤집어버리는 ‘사법 적극주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대법원 공화당 판사들이 이런 행보를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지난 10년 동안 대법원은 종종 원칙보다는 당파적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많았던 2000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지어준 게 대표적이다.

물론 대법원이 의료보험 강제가입 조항에 대해서만 위헌 선언을 하고 나머지 규정들은 건드리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중대하지만 해결가능한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오바마 플랜’의 가장 중요한 조항 중 하나는 질병이 있는 사람의 의료보험 가입도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암이나 심장질환 같은 심각한 질병이 있는 사람들도 받아주고 동일한 연령대의 다른 사람과 똑같은 보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환자들이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만 ‘무임승차’의 위험성을 낳는다. 이런 시스템에서 사람들은 평소엔 의료비를 자기 돈으로 내다가, 중병에 걸릴 때만 보험에 가입하려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머잖아 의료보험 시장은 붕괴된다. 중병에 걸린 사람만 의료보험에 가입하면 의료보험료도 치솟을 수 있다. 의료보험 강제가입으로 이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방법들도 있다. 예컨대, 보험 가입을 미루는 사람에겐 첫 가입 때 더 높은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보험 가입을 늦출 경우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선 3~6개월 정도 기다리게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새로운 의료보험 체계를 놓고 꼼수를 부리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혜택과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상당히 많다. 대법원이 강제가입 조항에만 위헌 판정을 하고 나머지 조항은 인정한다면, 차기 의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의료보험 개혁안을 전면 무효화한다면 의료보험 개혁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럴 경우 미국의 의료보험에 대한 보편적 접근법을 채택하기까지는 다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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