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4.29 10:35
천저우(陳洲)주한중국대사관 경제상무처 공사가 전하는 팁
◎ 왜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가?
한중 교역은 연평균 25% 수준으로 성장 중이고, 올해 상반기에는 한중 FTA가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점점 더 긴밀한 경제무역 협력국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한국 기업들의 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세계 1위를 차지하던 우리나라 상품들 중 20개 품목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렸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11월 18일 IGM 세계경영연구원 MMP 정규수업에서 진행된 천저우 주한중국대사관 경제상무처 공사의 강연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주)
▲ 한국과 중국은 28일 청와대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중 천더밍 상무부장이 한중FTA산관학 공동연구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양국정상이 협정후 악수를 하고 있다. /20100528.. /최순호기자 choish@chosun.com2015년까지 3천억 내다보는 한중 경제무역
한국은 중국에게 세 번째로 큰 교류 대상국이자 2005년까지 3년 연속 중국투자율 1위를 차지했던 국가이다. 한중 교역의 64% 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 대기업들의 중국 투자액도 465억 달러에 달한다. 교역의 속도도 매우 빨라, 일본과 무역교류 1천억 달럴를 달성하는데 30년 걸렸다면 한국과는 1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연평균 성장률도 25%로, 연평균 21%씩 상승하고 있는 중미 교역 보다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한중 교역이 그 절반인 10% 대로만 성장해도 2015년까지 3천억 달러 달성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아직 대외적 보도는 많지 않지만 밑에선 한중 FTA를 추진 중이다. 이미 양국은 지난 3년간 민간차원의 연구를 끝내고 정부에서 참여하는 공동연구도 5번 이상 진행해 연초에 최종 분석을 끝냈다. 양국 정상인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도 내년 초에 공식협상을 시작하는데 의견을 일치한 것으로 안다. 한미 FTA 때문에 좀 지체될 가능성은 있지만 늦어도 2011년 상반기에는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농산품 개방 문제가 매우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한중 FTA로 인해 중국 농산품이 대거 수입되는 문제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농산품 시장은 90억달러~110억 달러 정도다. 그 중 중국에서 들어오는 농산품 시장은 3분의 1수준으로 20억 달러~30억 달러 정도를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중국은 많은 곡물을 수입하고 있으며, 국가발전 측면에서 아예 수출허가를 안 내어주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는 중국 농산품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때가 올지 모른다. 한편, 중국 역시 한국의 하이테크 제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철강 및 석유화학제품이 수입될 것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다. 때문에 양국 외교정상들은 향후 국민들의 반대를 잠식시키면서 큰 틀에서 보다 원활한 무역교류가 이뤄지도록 돕고 논의할 것이다. 이를 위해 양국 공산품 업계의 지지도 절실히 필요하다.
성공적인 중국 진출을 위해 이 6가지를 하라
이미 양국은 서로에게 무시할 수 없는 경제교류 대상국으로서 성장중이며,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되면 양국간 교류는 더 긴밀하고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중국에 대해 치밀하게 공부하지 않고 진출하는 기업들도 있고, 섣불리 진출하기엔 중국시장의 판도가 해마다 치열한 경쟁체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들은 다음의 6가지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 정부차원에서 시행되는 거시적 정책들을 놓치지 마라.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경제특구를 만들어 서부대개발, 중부굴기 등 단계적으로 국가경제정책을 실시해 왔다. 일본은 이러한 정책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대규모 실사 및 기업 홍보 등을 통해 중국시장 공략에 힘써 왔다. 또한 해당 지역에 먼저 진출하는 기업을 우대하는 정책도 폈다. 그래서 일본 기업들은 점차 중부지역으로 사업지를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앞으로 중국 정부의 개발정책들을 주시하고 해당 시기에 맞게 사업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해당 국가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수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일이다. 예전에 인천공항에서 A기업의 신차발표회를 본 적이 있다. 자동차 맨 앞에 크고 흰 꽃이 달려 있었다. 만약 중국에서 이런 마케팅을 한 것이라면 실패하기 쉽다. 중국에서 흰 꽃은 죽은 사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흰 것을 보면 무서워서 피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양국간 기념식장에서 흰 천을 두른 푯말을 치운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상대 나라의 문화를 깊이 아는 것은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첫걸음이다.
셋째, 기업 안에 중국의 지역별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EU도 그렇지만 중국도 각 지방의 특색에 따라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광둥성에서 성공한 아이템이 중서부 지역에서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 기업들에게 중국 전문가는 큰 필요가 없다. 한 지역을 꿰뚫고 있는 중국 지역 전문가가 필요하다.
넷째, 현지 인재를 양성하라. 미국의 기업들은 현지에 있는 중국사람들을 잘 키우는 것 같다. 상대방 나라에서 시장을 개척할 때는 무조건 본사에서 파견하는 것보다 현지인들을 기용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더욱이 문화대혁명 이후에 태어난 바링허우 세대(8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 중엔 교육수준도 높고 글로벌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많다. 이들을 활용하는 것도 중국 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다섯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때때로 서로 다른 정책을 진행하는 수도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큰 정책틀 안에서 꼼꼼히 따져보고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정사업을 지방에서 추진할 경우 중앙정부의 거시적인 계획과 실제적인 허가여부도 함께 고려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경쟁의식을 갖고 중국시장에 진입하라. 중국의 글로벌 기업 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민영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신성장 산업에 진출한 기업들이 초기 시장점유율 확보에 힘쓰고 있다.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 진입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한다. 예전처럼 돈과 기술만 있으면 중국에서 성공한다는 시절은 이제 지났기 때문에 중국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차별적인 기술과 비법을 반드시 가지고 진입해야 성공할 수 있다.
<바링허우 세대 인터뷰>
“중국의 바링허우, 부알따이 세대 이해하라”
(왕윈(王赟) 삼성패션 중국법인 마케팅팀)
Q. 중국에서 한국 기업에 취업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상해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저장성이라는 지역에 살았어요. 근처에 한국타이어 등 한국 기업들을 자주 접할 수 있어서 한국이란 나라가 더 익숙했던 것 같아요. 이후 학부 때 전공을 살려 경희대에서 신문방송학 석사과정을 이수했어요.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하길 원했지만 한국도 중국만큼 이나 취업난이 심해 쉽진 않았어요. 그래서 다시 중국에 들어갔는데, 마침 한국기업에서 채용공고가 나서 지원하게 됐죠.
Q. 왜 중국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을 선택했나요?
사실 한국기업들이 중국 대기업들보다 월급이 많다거나 대단한 혜택이 있다거나 한 건 아니예요. 저도 중국에서 차이나 뱅크(China Bank)에 매니저로 취업할 기회가 있었어요. 중국도 취업난이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중국 국영 은행에 취업하는 것은 굉장히 안정된 선택이라 할 수 있어요. 당연히 아버지는 삶의 안정적인 면에서 차이나 뱅크를 선택하길 원하셨죠. 하지만 저는 아직 젊기 때문에 이상을 쫓아 보기로 했어요. 글로벌한 도시 상하이에서 한국인들과 일하며 좀더 시야를 넓혀보고 싶었거든요. 어쩌면 이게 바링허우 세대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Q. 중국 젊은이들 중에 한국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사실 삼성전자 빼놓고 크게 알려진 기업은 많지 않거든요. 그러니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거나 그렇지는 않은 편이예요. 특히 한국어를 잘 모르는 친구라면 현지화가 잘 안 된 한국 기업에 가서 일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기업에서 현지인이 임원이 되는 경우도 별로 많지 않은 것 같고요. 제가 일하는 건물 20층에 한 외국계 기업이 있는데, 제 친구가 거기서 일해요. 중국에 진입한 지 오래 돼서 그런지 그곳에는 중국인 임원들이 대부분이라고 해요. 오히려 요즘 중국 젊은이들 중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영미권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Q. 요즘 한국에서는 중국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바링허우 세대에 대한 관심이 대단합니다. 바링허우 세대로서 직접 이 세대를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중국 젊은이들은 경제적으로 혜택을 누리고 자랐어요. 대학교육을 이수하고 소비력이 있으며, 정치적 규제보다 개인의 자아와 자유를 중시하죠. 더욱이 미디어를 통해 미국 및 서양문화를 접할 기회도 많았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이전 세대보다 열려있다고 볼 수도 있어요. 특히 95년 이후 한국 드라마나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 많이 유입되면서 한국 문화에 상당한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에서는 부유한 부모님을 등에 엎고 엄청난 재력을 과시하는 젊은이들을 ‘부알따이(富二代) 세대’라고 부르는데, 사실 이 말이 그리 좋은 의미로 통용되는 건 아니예요. 이들 중에는 소비욕구와 과시욕구가 높은 이들이 많은데, 이들의 명품 소구력이 상당해요.
Q.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 현지화를 위해 바링허우 세대를 중심으로 한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국 기업이 현지화를 통해 중국시장에 더 잘 안착하려면 조직 내 현지인과의 관계를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하겠죠. 무엇보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회사에 책임감과 소속감을 갖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우리가 서로 협력하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평등의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중국인들을 피고용자, 부리는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바라본다면 중국인들이 한국 기업에서 책임의식을 갖고 일할 수 없겠죠.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관시(關係)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 인터뷰 김성애 IGM 연구원
“중국 내수시장,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위협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글로벌 기업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00대 글로벌 기업에 든 중국 기업의 수가 4년 사이 26개나 증가해 총 46개사라고 한다. 가히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중국 경제의 성장세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할 만하다. 중국 글로벌 신흥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자동차, 중공업, 바이오 산업 전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 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든지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든지 간에 중국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글로벌 신흥기업으로 선정된 중국의 6개 기업 중에는 세계 3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조선업계 5위를 점유하는 롱성중공업, 볼보 인수 후 세계시장을 공략할 지리자동차가 있다. 여기에 신성장 산업으로 성장중인 세 개의 기업도 포함돼 있는데,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잉리솔라, 애플까지 제치고 성장가능성 1위로 지목된 IT기업 BYD, 환자 모니터링 기기로 세계 3위를 지키고 있는 마이루이가 있다.
점차 중국 기업들이 점차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기술과 돈만으로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하기 힘들다.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차별점을 모색해야 할 때다.
정리 김성애 IGM 연구원 sakim@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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