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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February 15, 2011

美 IT 투자 열풍..99년 닷컴 버블 재현?

* 박정현 기자 jenn@chosun.com ▶

입력 : 2011.01.11 06:06 / 수정 : 2011.01.11 09:31
- IT기업에 대한 투자, 올해 ‘활발’해져
- 닷컴버블 때와 IT시장 분위기 달라

연초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월가(街) 금융사들이 IT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추진 소식이 들려오면서, 뉴욕 증시에서 새해 첫 일주일 동안 IT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월가가 2010년 대부분을 금융위기 손실을 수습하고 금융개혁법안에 유연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는 동안 실리콘밸리에는 신생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트위터와 징가 등 신생 기업들이 순식간에 떴다.

지 난 10여년 동안 낮은 수익률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던 벤처캐피털도 제2의 페이스북이 되어줄 IT기업들을 찾아다니면서 수 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창업 기업의 주식 등을 받고 투자금을 지원하는 엔젤 투자자들도 IT 신생 기업들이 싹트는데 물을 대주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열성이 트위터나 그루폰과 같은 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올려주고 동시에 이들에게 현금을 안겨줄 수 있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각) 최근 IT기업으로 몰린 과도한 투자금과 관심이 지난 1999~2000년에 발생했던 ‘닷컴 버블’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 실리콘밸리의 마력..기업가치 훌쩍 뛰어

장외(場外)시장에서 IT기업의 인기는 벌써 뜨겁다. 몸값 높은 IT기업들이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하거나 상장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근 월가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러시아 투자회사 디지털 스카이 테크놀러지스는 비즈니스 인맥구축사이트(SNS)인 페이스북에 총 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페이스북의 가치를 2009년 중반 평가액보다 5배 이상 뛴 500억 달러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페이스북 주식 투자를 위해 15억 달러 규모의 사모 투자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골드만삭스가 페이스북의 IPO 주관사 선정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인터넷 전화회사인 스카이프(Skype)와 링크드인(LinkedIn) 역시 올해 1분기에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링크드인은 이미 모간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 JP모간체이스 등을 IPO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Twitter)도 최근 신규 투자금 2억 달러 모집에 성공해 기업가치가 1년 전 10억 달러에서 올해 37억 달러로 올랐다고 밝혔다.

이같 이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로 대규모 투자금이 밀려오고 기업가치 평가액이 커지자, 곧 터질 '미니 붐'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특히 골드만삭스가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를 500억달러로 평가하면서 닷컴버블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각) 렉스 칼럼을 통해 페이스북의 평가액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FT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광고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페이스북의 소셜네트워크로써의 기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광고가 설 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골드만삭스가 전망한대로 페이스북이 올해 첫 9개월동안 12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3억5500달러의 순수입을 낼려면 광고 수익이 큰 폭으로 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FT는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페이스북 사모 투자자 모집에 참가 신청서를 작성한 한 고객은 "세심한 투자자들은 최근 흐름(IT 투자 열성)을 두고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1998~1999년에 보았던 인터넷 마니아 시대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9년처럼 투자자들이 구체적인 정보 없이 IT기업에 마구 투자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투자금이 흘러들어오면서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제품도 생산하지 못하는 일부 회사까지 과대평가를 받으면서 투자 혜택을 입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8700만 달러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면서 14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쿠오라(Quora)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당시 투자를 받을 때 쿠오라는 수익을 내는 제품도 없었고 앞으로 어떻게 매출을 올릴지도 불확실한 상태였다. 전 페이스북 임원이 창립한 쿠오라는 현재 웹사이트를 가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회사에 대한 소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 페이스북 로고/조선일보DB.



◇ 닷컴버블 때 IT기업은 수입 불안정, 2011년 IT기업은 수익성 견조

닷 컴버블 때와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요즘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은 닷컴 버블 때와 달리 매출액과 수익을 쌓아두고 있어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들도 페이스북, 그루폰, 트위터, 소셜네트워크 게임으로 뜬 징가(Zynga) 등 소수에 불과하며, 이들은 전 세계에서 수백만 이상의 고객을 거느리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스케일벤처캐피털의 로리 드리스콜은 오늘날의 IT기업 강세장은 1999년 닷컴버블과 다르다며 "페이스북은 특이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닷컴버블 때와 또 다른 차이점으로는 19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 사용이 아직 미숙한 ‘인터넷 신생기’였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고속 데이터 통신망 등이 설립되어 있지 않아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보기도 쉽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데이터 통신망이 크게 발달한 상태고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근성과 사용 비중도 급격히 늘어났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실력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데려오기 위한 기업 간 경쟁도 높아지고 보너스 지급이나 회사 식당 무료 이용 등 혜택을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과거처럼 억지로 기업가치를 높게 산정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 않은 것도 차이점이다. 당시에는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이 아니라 비용으로 지출한 것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도 했다. 한 예로 2000년 초 인터넷 애완동물 용품 판매 쇼핑몰인 팻츠닷컴(Pets.com)은 당시 1억1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상장에 성공했다. 팻츠닷컴은 발라드를 부르는 양말 인형이 주인공인 광고를 찍는데 2500만 달러를 쓰고 사료 배달비를 높게 받는 대신 엄청난 할인을 해주는 전략을 쓰면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았지만 결국 그 해 말에 상장 폐지됐다.

◇ 비상장 IT기업..고수익 좇아서 투자 늘어

실리콘밸리 투자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IT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썬마이크로시스템스의 전 최고경영자인 스캇 맥닐리는 "금, 원자재를 제외하면 요새 투자할만한 괜찮은 투자처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고 객 관계 관리(CRM) 솔루션 전문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소수의 대형 IT 기업들만 공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장외 시장에서 비상장 IT기업들의 주식에 대한 거래 수요가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요즘 비상장 기업들에 대한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말했다.

상장된 IT기업들의 주가도 마찬가지로 오르고 있다. WSJ는 현재 나스닥100선물지수의 모습은 1998~2000년 지수가 역사적인 수준으로 치솟기 전에 보였던 상승 흐름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나스닥100은 당시 초반에 상승세를 보이다가 5개월만에 31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은 지난 3일(현지시각) 2007년에 기록했던 최고가를 따라잡은 것은 물론 2001년 2월 이후 최고가까지 찍었다. 나스닥100지수는 2008년 말부터 꾸준히 상승하면서 아마존닷컴(Amazon.com)과 애플(Apple) 등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구글도 3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고 넷플릭스(Netflix)의 주가도 2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뛰었다.

그렇지만 현재 나스닥100지수 선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6.9배로, 2000년에 187배를 보였던것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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