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p

Tuesday, April 10, 2012

그는 은퇴를 원하고, 그녀는 원하지 않는다

By KATHLEEN A. HUGHES

초혼을 유지하든가 재혼해서 중년까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들은 또 하나의 장애물에 맞닥트리게 된다.

은퇴에 대해 남편과 부인의 생각이 엇갈릴 때가 많은 것이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부 중 62%가 언제 은퇴를 해야 할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족법 전문 변호사인 데보라(55세)와 세금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인 남편 패트릭(62세)의 예를 살펴보도록 하자. 패트릭은 팔로스 베르데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매일 2시간 이상씩 걸리는 통근에 지쳐서 “최대한 빨리” 은퇴하고 싶다고 말한다.

데보라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남편에게 막내가 4년 뒤 대학에서 졸업할 때까지는 계속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가 각자 맡은 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게 장점은 아니지 않는가. 은퇴하면 집에서 빈둥거릴 거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은퇴 후 변화를 지켜본 그녀는 계속 일을 하는 것이 더욱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은퇴를 하면 라이프스타일이 느려지면서 건강이나 생산성이 악화되고 고리타분해지는 데다 금전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가능한 오래 일할 생각이다.”

남편의 생각은 다르다. “데보라는 좀 왜곡된 관점을 갖고 있다. 내가 더 이상 못할 때까지 계속 일하기를 바라지만 내 몸이 피곤한 걸 어떻하나. 내가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준

현재로써는 은퇴결정이 교착 상태이다. “데보라는 내가 너무 빨리 은퇴해서 돈도 부족한데 놀기 시작할 거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아내가 반대하더라도 은퇴하는 날이 올 것이다.”

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65세에 정년퇴직해서 부인과 플로리다에서 골프를 즐기는 시절은 끝났다. 은퇴연령에 가까운 여성 대부분은 현재 일을 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은퇴계좌와 관점을 갖고 있다.


“여성 다수는 남성보다 늦게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남성들이 은퇴하려는 시점에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점차이 때문에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부부의 은퇴퍼즐’의 공동저자인 도리안 민처는 말한다.

2년 이내의 간격을 두고 부부가 비슷한 시점에 은퇴하는 경우는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워싱턴DC의 사회정책연구소 어반 인스티튜트 소속 수석애널리스트 리처드 존슨은 말한다. 현재 은퇴연령이 가까운 남성은 부인보다 나이가 평균 4세 많으며 연령차이가 많이 날수록 같이 은퇴할 가능성이 감소한다고 한다.

“부부가 협상해야 할 사안이 많아졌다”라고 메사추세츠대학 보스턴캠퍼스의 노인학 교수 맥시밀리안 스지노바츠는 말한다. “남편이 은퇴하고 부부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변하던 과거와는 다른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일을 더 오래 하고 일련의 다른 업무를 맡거나 파트타임 직장을 구해 서서히 은퇴하기를 원함에 따라 은퇴에 대한 부부의 대화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언제 은퇴할 것인지에 대화는 은퇴 후 어디에서 살 것인지(최근 기사 ‘남편은 메인, 부인은 플로리다를 원할 때’에서 이 문제를 다룬 바 있다)에 대한 대화보다 민감하고 어렵다. 은퇴시점은 돈과 연령차이, 직업만족도와 성역할 등을 포괄하는 문제이다. 결혼생활이 행복한지, 부부가 은퇴 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도 상담치료사들은 계획과 명료한 의사소통, 양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효과적인 대화를 위해서 각 배우자는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라고 은퇴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도리안 민처는 말한다.

“이따금은 서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서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이기든지 내가 이기든지와 같은 사고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처와 공동저자 로버트 테일러는 은퇴연령이 가까운 부부들이 “비전을 공유하도록” 돕는 일을 맡고 있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 때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의 관점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부는 실제로 얼마나 될까?

내가 인터뷰를 시도했던 친구들 다수는 입장을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나이가 많은 남편이 은퇴하고 집에 있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내게 말했던 한 친구는 내가 남긴 메시지에 답변하지 않았고 재차 전화를 걸자 “남편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터뷰 응한 부부 다수는 은퇴에 대해 서로 얘기한 것보다 내게 더 많이 이야기를 했다고 고백했다.

치료사로 활동하던 린(73세)은 작년 언니가 병상에 눕게 되자 은퇴를 결심했다. 4년 전에 머시대학 음악교수인 남편 조슈아(74세)가 은퇴했으면 하고 바랐었지만 남편은 은퇴하지 않았다.

은퇴에 대해 말을 꺼내자 남편이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쉽지 않았다. 우리 둘 다 은퇴해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47년 간 결혼생활을 해왔다. 린은 부부가 같이 손자손녀가 사는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DC로 장기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남편 조슈아는 대학에서 음악사와 음악감상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기를 원치 않는다. “내 일을 사랑한다. 내 인생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는 일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해 1년 뒤쯤 은퇴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과연 은퇴할지는 그때 가봐야지 알 것이다”라고 린은 말한다. 남편의 인터뷰 내용을 듣고서 남편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금 놀랐다.”

새로운 역할 수행

남편이 부인보다 연상인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남편이 먼저 메디케어 등 은퇴혜택을 수령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인은 수입이 중요하고 자신의 의료보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계속 일을 하게 된다.

민감한 사안인 전통적 성역할 때문에 은퇴에 대한 논의가 복잡해진다. 부인보다 먼저 은퇴한 남편은 청소와 요리, 부인을 위한 저녁식사 준비 등 주부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기대를 받게 되며 사회활동을 계획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부인보다 먼저 은퇴하는 남편의 만족도가 같이 은퇴하는 사람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라고 리처드 존슨은 말한다. “남성은 혼자 은퇴할 때 여성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인보다 5세 이상 많은 남성이 더 오래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전통적 성역할을 바꾸어 놓기는 했지만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캘리포니아의 마취전문의인 로버트(66세)는 부인 팻(64세)가 은퇴하자마자 “당장” 은퇴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인은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도밍게스힐 캠퍼스에서의 조교소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업무시간이 유연한 데다 은퇴가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퇴하는 대신 로버트는 근무일수를 일주일에 2~3일로 줄이고 요가를 즐기고 명상용 의자 특허획득에 몰두하기로 했다.

부인보다 먼저 은퇴하는 게 꺼려진다고 한다. “일종의 문화적인 이유에서이다. 남자가 가장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부인도 집에서 일할 때가 많기 때문에 근무일수를 줄이면서 역할분담이 필요했다고 한다. “누가 점심식사를 만들어야 하는지 자주 이야기했다.” 결국 각자 점심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집에서 계속 있었던 여성 중에는 남편이 은퇴해서 하루 종일 집에 있게 된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성역할과 관계 있을 때가 많다. 남편이 은퇴했으니 부인과 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기대도 있지만 문제는 부인이 이미 나름대로의 생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은퇴코치인 도리안 민처는 부부가 같이 보내는 시간과 각자 보내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한편 은퇴 전이 아니라 은퇴 후에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계획하는 과정을 돕는다.

계획 세우기

은퇴에 대해서 부부가 미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보스턴의 변호사 데이빗은 65세가 된 작년 여름 은퇴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생일이 가까워지면서 9년 전 은퇴했으며 건강문제를 겪고 있는 부인 주디(71세)가 은퇴를 만류했다고 한다. “남편은 은퇴할 생각이 있었지만 65세는 아직 젊다.”

주디는 부부가 아무 계획도 없이 집에서 지내게 되는 것을 걱정했다. “집에서 나만의 영역이 있고 내가 하는 활동이 있다. 나만의 시간이 소중한 것이다. 만약 남편이 몰두할 수 있는 활동이 없다면 많이 힘들어질 것이다.”


부인의 우려와 건강문제, 경제적 불확실성을 고려해서 데이빗은 은퇴를 연기하기로 했다. “금전적으로 문제가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 부부는 은퇴코치인 민처와 테일러의 도움을 받아 상담을 시작했다. “골프를 치거나 셔플보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32년 간이나 변호사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데이빗은 네팔의 고아를 돕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언제 은퇴할지에 대한 논의는 다른 문제와 연관될 때가 많다. 돈이 충분치 않다고 느낄 때 은퇴시점에 동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집을 매각해서 은퇴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겠지만 매각을 해야 할 것인가, 매각하면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은퇴에 대한 논의가 끝없이 계속될 때도 있다.

간호사이자 변호사인 게일(56세)은 심장전문의인 남편 짐(57세)이 “당장 은퇴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로스앤젤레스의 남편 병원에서 수년 간 근무한 그녀는 남편과 같이 은퇴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악성 흑색종 판정을 받은 짐은 건강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빨리 은퇴하는 것”에 개의치는 않지만 자금이 걱정이라고 한다. “다른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돈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집을 팔고 소박하게 생활하는 것도 개의치 않지만 남편은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게일은 말한다. 그녀는 노던 캘리포니아에서 작은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짐의 생각은 다르다. 주택자산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으며 부동산세가 높은 캘리포니아로 이사하는 것에도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노던 캘리포니아보다 값이 싼 아칸소 오자크산에 이미 지어진 집을 사는 게 더 나을 거라고 그는 생각한다.

“의논해야 할 사항이 많다.”

현재 은퇴에 대한 논의가 “이따금 꺼내서 주거니 받거니 던진 다음에 다시 장롱에 넣어두는” 공 같다고 한다.

서로 동의할 때까지는 계속 일할 예정이다
http://realtime.wsj.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