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p

Saturday, September 3, 2011

길 잃은 미국 경제…오바마노믹스는 실패했나

[LA중앙일보]
NYT, 오바마 취임식 때 '레이건 배워라' 80년대 경제위기 레이거노믹스로 돌파

3년 전 뉴욕타임스가 오바마 대통령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11월5일 대통령 취임식 날이다. 오바마 대통령에 보낸 뉴욕타임스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따르라'는 것.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1기는 레이건 때와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미국 경제 침체기에 집권을 하게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최근 미국 경기가 다시 침체될 양상을 보이자 오바마 대통령에 레이건의 경제 정책인 레이거노닉스(Reaganomics)를 살펴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레이거노믹스
- 고금리로 물가상승 잡고
- 생산자 중심 정책 펼쳐

오바마노믹스
- 저금리·양적완화 불구
- 경기부양 해답 못찾아

◆레이건 고금리로 물가 잡아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한 것은 1981년 1월이다. 당시는 경기침체와 함께 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한 상태였다. 물가상승률은 무려 13.5%. 살인적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규제완화와 함께 사상최대 규모의 세금 감면 조치를 취했다. 당시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FRB)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를 20%까지 올려 놓았다.

금리인상 정책은 시행초기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고금리에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고 경기는 더 악화됐다. 실업률도 10%로 높아졌다. 연준 건물 앞에는 분노한 시위대가 연일 장사진을 쳤다. 그때 연준의장이 폴 볼커다. 시위대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느낀 폴 볼커는 권총을 차고 다녀야 할 정도가 됐다. 중간선거에서도 레이건은 패배한다. 1984년 대통령 선거에서 레이건이 재선되기는 점점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GDP 성장률은 5% 7% 8%로 뛰어 올랐다. 1983년과 84년엔 성장이 너무 가팔라 오히려 경기과열이 걱정되는 수준이었다. 물가도 잡혔다. 1983년에는 물가상승률이 3.2%로 떨어졌다. 레이건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은 성공했다.

◆전통 경제학 이론 뒤집어

많은 경제학자들이 레이건의 경제정책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자리 창출에 의한 빠른 경제성장과 동시에 물가상승을 잡는 것은 경제교과서에 나온 이론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물가상승률은 1980년 13%에서 1983년 4%로 떨어졌다.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이자 유명 경제학자인 폴 사무엘슨은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를 비판하는데 앞장섰다.

그는 1980년 뉴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물가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5~10년간 궁핍한 생활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업률은 8~9%에 달하고 GDP성장률은 1~2%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MIT경제학자인 레스터 서로우도 "경제 성장 엔진이 멈춰섰다. 앞으로 수년간 그렇게 지내게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후로 80개월간 미국의 경제는 급신장을 거듭했다. 물론 레이건 대통령을 비난하는 측은 "GDP의 4~5%수준인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적자로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폄하했다.

UC버클리의 로버트 레치치 교수는 "1981~82년의 경기침체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회복도 가팔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레이건 붐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침체 후 빠른 성장은 정상적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직 해답 못찾은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할 때도 미국의 경제는 엉망으로 치닫고 있었다. 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조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 자금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러 있다. 일부 경제지표들은 이미 다시 경기침체로 들어서는 '더블딥' 사인을 보내기도 한다.

레이건 대통령의 집권 1기 말이 떠오르는 태양같았다면 지금 오바마 대통령은 지는 해 같다.

오바마 대통령은 GDP의 8~9% 수준인 1조3000억 달러의 예산적자를 안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성장이 예산적자로 이뤄진 것이라면 이에 두 배에 달하는 예산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성장은 이보다 더 빨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은 공급자 측면에서 생산의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투자와 확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올라간다.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처럼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내려간다. 이렇게 경제성장과 동시에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지미 카터 대통령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경제를 다시 살려 놓았다. 부시 대통령 때 망가진 경제를 이어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 위기의 성격은 같아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세력은 왜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왜 실패했는 지에 대한 새로운 이론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9년 출간된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책에 그 이론들이 담겨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경기 부양과 실패를 분석한 이 책에서 저자들은 금융위기로 시작된 이번 불황에서 탈출하려면 최소한 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레이건이 집권했을 때 경제상황은 지금보다 더 안 좋았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수치를 보자. 1967년에서 1982년 까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주식시세는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1980년대의 모기지 금리도 20%에 달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이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위기의 성격이 다르다기보다는 처방이 다르다고 보는 게 맞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오는 8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모이고 있다. 어떤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인가.

김기정 기자 kijungkim@koreadaily.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