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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August 10, 2011

中, 美에 돈빌려주고 물건 팔던 ‘G2 호시절’ 저무나

.기사입력 2011-08-11 03:00:00 기사수정 2011-08-11 06:02:04

《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6일 사설에서 “워싱턴은 돈을 빌려서 생활해 온 좋은 시절이 갔다는 뼈아픈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미국에 돈을 빌려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달러가 생길 때마다 미국 국채를 마구 사들였다. 》

○ 중국은 왜 미 국채에 집착했나

현재의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간단히 말하면 ‘뉴욕에 사는 여성이 베이징의 셔츠공장 사장한테 빌린 돈으로 그 회사에서 만든 셔츠를 사 입는’ 구조다. 이렇게 중국이 미국의 채권자가 된 것은 개인과 기업이 외화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중국의 외환관리 규정 때문이다.

기업이 수출대금으로 달러를 받으면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에 달러를 주고 위안화를 받는다. 수출이 늘어나면 당연히 시중에 위안화가 더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 따라서 런민은행은 위안화를 회수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 애초에 달러를 받을 때 위안화 대신 국채를 주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물가 상승이라는 문제를 해결한 런민은행에는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쌓인 달러를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달러 보유량이 늘어나면 달러 가치 하락,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수출을 통해 9%대 성장을 계속 유지하려는 중국 정부에는 심각한 문제다.

결국 중국은 달러를 나라 밖으로 방출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구매한 미국 국채에서 나오는 이자로 중국은 수출업체에 줘야 할 런민은행 발행 국채 이자를 지불한다. 이러한 거래는 중국에는 위안화를 계속 저평가 상태로 유지시키도록 해줬고, 미국에는 국채를 팔아 달러를 확보할 수 있게 해줬다. 게다가 미국은 채권을 팔아 받은 달러로 재정사업을 벌여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부양해왔는데 이는 중국에 중국산 물품을 계속 팔 수 있게 하는 선순환구조가 됐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이런 관계를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라고 표현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국

일각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자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달러를 대신할 자산은 유로화나 금 정도인데 유로화 표시 채권은 유럽발 금융위기로 불안한 상태고 금값은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제 채권 시장에서는 미 국채 외에 살 만한 물건이 별로 없다. AAA등급의 국채들 가운데 미 국채 비중은 60%에 이른다. 2위인 프랑스 국채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미 국채 매입을 줄인다면 중국은 달러를 안고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위안화 평가 절상 압력이 커지게 된다.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떨어져 전체적인 물가 안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손실과 비교하면 달콤한 독배나 다름없다.

미국이 일정 기간 ‘제로(0)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선택도 중국을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한다. 지금도 런민은행이 수출업체에 주는 이자(2년물 국채 기준)는 연 3%대이지만 미국 국채에서는 연 0.5% 정도의 수익만 얻는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에 맞춰 중국도 자국 금리를 조절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라구암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중국의 화폐 정책은 미국에 완전히 예속돼 있다”고 주장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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